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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마을] "행복찾기"요양보호사 체험수기 최우수상-오현숙 아이콘 작성일 : 15년12월21일 16:28
글쓴이 : 봄사랑 조회 : 3,755  

봄을 기다리며...

 

노인요양시설 봄마을 요양보호사 오현숙

 

80년 평생을 외골수로 살아오신, 아들 하나 바라보시며 명주장사로 아들을 대학까지 보내시던, 그 고집스럽고 부지런함이 온몸에 배여 며느리인 나에게까지 조선에서 둘도 없는 아들임을 언제나 느끼게 해주었던 그 대쪽같은 시어머님.

연로함에도 망태기 둘러매고, 이른 봄에 나물 채취하신다며 산에 올랐다가, 미끄러져 대퇴부 골절로 큰 수술을 해야 했고, 그 후유증으로 치매 증세를 보이시다, 점차 온 식구를 괴롭히는 치매가 되어 편안하게 쉬어야 할 공간이 예상치 못한 일들로 불안의 공간이 되어 버렸고 화재의 위험에서 몇 번이나 아슬아슬하게 넘기고 갑자기 사라져 버려 온 동네를 찾아다니기 일쑤였다.

보기 딱한 친구가 노인요양시설 이야기를 꺼냈고, 시부모님을 내 손으로 모시겠노라며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패혈증으로 세상에 둘도 없는 아들 손을 꼭 붙잡으며 시어머님은 하늘나라로 가셨다.

 

그 후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을 통하여 많은 것을 경험하였고 배워나갔다. 그리고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일을 하고 있는가에 요양보호사라는 남들의 편견 어린 시선을 덮어 버렸다.

외롭고 아프며 치매로 힘겨워 하시는, 마지막의 순간을 내 손을 잡고 하늘나라로 인도하는 어르신들을 대할 때마다, 꺼져가는 불빛을 바라보며 기도하였고 그런 분들을 보내면서 겸허히 감사하며 한 걸음 한 걸음 소중함 속에 살고 있다.

시어머님을 하늘나라로 보낸 지 두 해가 지났을 무렵 갑자기 남편이 쓰러졌고 뇌경색이라는 병명으로 중환자실을 찾게 되었다. 아직은 젊은 나이인데... 하늘이 무너진 것 같았다. 남편의 보호자가 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뛸 때는 앞이 캄캄하고 눈물 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운전 중에도 앞이 보이지 않아 와이퍼를 가동하며 눈물을 흘렸고, 그때 앞을 가렸던 눈물의 시련을 지켜주었던 고마운 동료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었다.

가장이 건강을 잃자, 금전적인 것이 제일 먼저 찾아왔고, 뻥 뚫렸을 통장에 예상치 못한 잔고가 남아있었고 그 곳에서 원장님의 이름을 발견하고 또 다시 감사의 마음이 눈물이 되어 말로 표현 할 수가 없었다. 힘든 시기를 동료들의 격려와 위안으로 남편은 점차 호전되었고 옛날같이 건강한 몸은 아니지만 가사일을 돌볼 수 있게 되었고 그것에 너무나 감사 한다. 요양보호사가 된지 8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젠 선임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었고 경험을 바탕으로 후임들을 경험을 나눠주기도 하며 프로그램 등으로 어르신들을 섬기며, 작은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봄 햇살이 제법 따뜻하게 느껴지던 어느 날 일이다.

휴무하고 출근한 내 시선에 새로운 어르신이 가득 들어 왔다. 작은 체구에 두 눈을 딱 감고,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시며 이리저리 엉덩이를 끌고 배회하시는 어르신을 뵙자, 힘든 어르신이 오셨구나 싶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허스키하고 굵은 목소리로 소리 지르시며, 배회하시는 모습이 영 부담스러웠다. 도무지 어떻게 케어를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먹는 것이라고는 몇 숟가락인 죽 뿐이고 그것도 안 드시기 일쑤였다. 당뇨가 있어 혈당이 떨어질까봐, 영양캔을 들고 수시로 한 모금이라도 드리려 애쓰는 동료들의 노력에도 손으로 숟가락을 쳐서 쏟아 버리는 일이 많았다. 어떻게 해야 저 분의 마음을 움직일까... 잠시도 쉬지 않는 애타게 부르는 소리는, 정말 지치지도 않으신지...

갈수록 몸은 야위어 가고 생활실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봄 꽃 향기가 지천으로 전해지던 날, 출근길 들녘에 소담스레 피어 있는 싸리꽃을 한 아름 꺾어 들고 단지에 꽂아 놓으니 향기가 생활실 안에 온통 퍼져 모두 기분 좋은 말을 건넨다.

그 날도 여전히 알 수 없는 소리와 배회 하시던 그 어르신을 휠체어에 앉혀 싸리꽃이 있는 곳으로 모시며, “향기가 좋으시지요.” 라고 물으니 뜻밖에도 싸리꽃이라 하신다. 내 귀를 의심했고, 다시 이 꽃 이름이 무엇인지 물으니, “싸리꽃이 라며 마당 쓸 때 싸리나무로 만든 빗자루가 아주 잘 쓸린다.”고 하신다. 처음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꽃을 손에 쥐여 드리니 코 끝에 향기를 맡으며 활짝 웃으신다. 그 때부터 그 어르신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고, 가족인 며느리를 갈망하는 어르신께 며느리 역할을 하게 되었다. 어머님, 어머님 하니 진짜 며느리로 착각하셨는지 우리 며느리만 찾으신다. 분주한 아침 출근에 어머님은 어디 갔다 왔느냐며 반가움 반 노여움 반 호통 치신다. 집에 다녀왔다 하니 아이들 먹을 수 있도록 국이랑 맛있는 것을 해 놓고 왔느냐며 물으신다. “, 고기 넣어 맛있게 한 냄비 국도 끓여 놓고 왔다고 하면, 잘 했다고 손을 꼭 잡아 주신다.

오후 개별프로그램 시간에 어머님이 좋아 하시는 화투놀이를 하면, 곧잘 화투도 잘 치시고, 술도 한잔 하시고 싶다 하시면 시원한 음료로 달래드리며, 서로 둘도 없는 고부간의 사랑을 나누었다. 시어머님이 생각이나 더 어쩌면 사랑이 새록새록 한지 모르겠다.

우리 며느리 준 다시며 박하사탕을 움켜쥐고, 다 녹아 찐득찐득 묻어나도 내 손에 쥐여 주시며 먹으라 하신다. 가슴이 찡하며 눈물이 핑 돈다. 진한 이 분의 사랑을 저에게 주신 것에 감사하고 복에 겨워 가슴이 따뜻해진다.

가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대단하구나.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해 불안해하며 배회하던 모습에서, 가족이라는 유대로 생기가 돌고 평온함을 느끼니 말이다.

 

하루 아침 조회와 기도로 시작하는 어느 날, 원장님께서 치매 어르신들에게 공통적인 것이 있는데 베풀면 다 동조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하신다. 바로 사랑이라 한다. 랑만 있으면 치매도 이길 수 있다는 말씀을 다시금 새겨 본다. 그 사랑으로 어르신도 마음을 여셨던 것이리라.

탈무드에서도 선한 일을 하는 원칙이 나온다. 네 가지 원칙에 모두 베풀면 선한 일이라는 것인데,

첫 번째, 갚을 수 없는 사람에게 베풀라.

두 번째,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베풀라.

세 번째, 그립게 주되 누가 주었는지 모르게 베풀라.

네 번째, 그리고 준 다음에는 잊어버려라. 거기서 얻는 즐거움 기쁨, 보람을 맛 보고 살아라.

저는 이 소중한 교훈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 본다.

하루의 시간에서 석양이 갖는 아름다움을, 우리 어르신들을 통해 배워가며, 내 손길이 그 분들의 주름진 얼굴에, 환한 웃음으로 보답 받는 날, 우리 봄마을의 온기와 사랑으로 남은 여생을 잘 살다가노라. 할 수 있도록 오늘도 섬김에 최선을 다하는 요양보호사로, 싸리꽃이 만발한 봄을 기다리며 사랑하는 동료들과 함께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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